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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메디 일반청약 경쟁률이 1701대 1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저는 이 수치를 보자마자 오히려 한 발 물러서게 됐습니다. 높은 경쟁률이 곧 상장 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직접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레메디·에이치엘지노믹스, 이번 주 IPO 시장의 배경
2026년 7월 셋째 주, 공모주 시장에 의료기기와 원료의약품 분야 기업 두 곳이 나란히 등장했습니다. 레메디는 13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고, 에이치엘지노믹스는 13~14일 일반청약을 진행합니다.
레메디의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2만 7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기관이 공모 전 희망 가격과 수량을 제시하는 절차)에서는 2246개 기관이 참여해 11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수요예측이란 기업공개(IPO) 전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결정에 앞서 희망 매입 가격과 물량을 제출하는 과정으로, 이 결과가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최종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인 2만 15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전체 신청 물량의 94.8%가 희망 범위 상단 이상 가격을 제시한 결과입니다. 두 종목 모두 기관 단계부터 시장의 관심을 충분히 받은 셈입니다.
제가 직접 공모주 청약을 해오면서 느낀 건, 이처럼 기관 단계부터 열기가 높은 종목일수록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이미 공모가에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습니다.
경쟁률 뒤에 숨은 수치들, 이걸 봐야 합니다
레메디와 에이치엘지노믹스를 단순히 "경쟁률이 높은 공모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숫자 뒤에 있는 다른 지표들을 함께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에이치엘지노믹스의 전체 공모 물량 256만 5000주 가운데 85만 5000주는 구주매출입니다. 구주매출이란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경우 구주매출 비중이 33.3%인데, 이 물량을 내놓은 건 모회사인 한림제약입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건 공모 자금 일부가 회사 성장이 아닌 기존 주주의 현금화에 쓰인다는 뜻이라, 저는 이 부분을 체크할 때 항상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반면 신주 모집 비중은 66.7%이고, 이 자금은 제2공장 증설에 투입됩니다. 이 점은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공모 자금이 실질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쓰인다는 게 명확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DB증권 이명선 연구원은 "제2공장 증설 이후 고객사 다변화와 해외 매출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잠재력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해외 매출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거나 공장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지지 않으면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모주 투자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주매출 비중: 기존 주주의 현금화 규모를 확인
- 의무보유확약 비율: 기관투자자가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확약한 비중. 이 비율이 낮으면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음
- 유통 가능 물량: 상장 첫날부터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 이 수치가 클수록 가격 변동 폭이 커짐
- 공모 자금 사용 계획: 신주 모집 자금이 실질적인 성장에 쓰이는지 여부
솔직히 이건 저도 초반에는 잘 몰랐습니다. 청약 경쟁률만 보고 넣었다가 상장 당일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는 경험을 한 뒤로, 이 항목들을 하나씩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레메디·에이치엘지노믹스의 사업성, 어떻게 볼 것인가
레메디는 초소형 엑스선(X-ray)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산업용 휴대형 촬영 장치와 비파괴검사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비파괴검사란 제품이나 구조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 결함을 찾아내는 기술로, 항공우주·방산·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쓰입니다. 여기에 AI 기반 디지털 영상 분석과 원격의료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제 눈에는 제법 실질적인 확장 전략으로 읽혔습니다.
에이치엘지노믹스는 완제의약품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는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전문 기업입니다. 여기서 API란 의약품의 실제 치료 효과를 내는 핵심 화학 성분을 뜻하며, 완제의약품 품질의 출발점이 됩니다. 한림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로, 이번이 한림제약 그룹 내 첫 증시 입성입니다. 신사업으로 백신 마이크로니들 분야도 언급됐는데, 이 부분은 현재로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모주는 상장 초기 수급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극단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레메디의 경우 상장 첫날 가격이 공모가의 60~400% 범위, 즉 1만 2420원에서 8만 2800원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단과 하단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그대로 반영합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2025년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의 상장 당일 평균 시초가 상승률은 공모가 대비 약 60~7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 수치는 평균이기 때문에 종목에 따라 편차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수치가 화려해 보이는 종목일수록 상장 후 첫 며칠 사이에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빠르게 따라온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결국 이번 두 종목 모두 성장 산업에 속해 있고 기관 단계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률이라는 숫자 하나에 휩쓸리기보다는 공모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얼마인지, 제2공장 가동률이 실제로 따라올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청약에 참여하든 관망하든, 근거 있는 판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