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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떨어질수록 오히려 더 많이 사는 게 맞는 전략일까요? 최근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해당 종목과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습니다. 저도 이 흐름을 보면서 "지금이 기회인가, 아니면 더 떨어질 신호인가"를 놓고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급락장에서도 서학개미가 반도체를 산 이유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자료에 따르면, 6월 30일부터 7월 6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무려 6개가 반도체 관련 종목이나 ETF였습니다. 총 순매수 금액은 약 5억 5천만 달러, 한화로 8천 4백억 원이 넘습니다. 상위 10개 종목 전체 순매수액의 68%를 반도체 관련 상품이 차지한 셈입니다(출처: 한국예탁결제원).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SOXL이었습니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입니다. 여기서 레버리지 ETF란 기초 지수의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확대해 추적하는 상품으로, 상승 시 수익이 크지만 하락 시 손실도 같은 배율로 커지는 고위험 상품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SOXL은 27%나 떨어진 상태였는데도 2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몰렸습니다.
저도 직접 레버리지 상품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를 때는 수익이 빠르게 불어나는 게 눈에 보이니 기분이 좋지만, 20~30% 하락이 나오면 수익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금 자체가 크게 줄어듭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을 맞혀도 매수 시점을 잘못 잡으면 회복에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반도체 관련 상품들의 하락폭을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해집니다.
- SOXL (3배 레버리지 ETF): -27.0%
- 샌디스크 2배 추종 ETF(SNXX): -43.7%
- 샌디스크: -23.3%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18.0%
- DRAM 2배 ETF: -12.3%
- 마이크론: -14.7%
6개 종목 모두 두 자릿수 하락입니다. 그런데도 매수가 쏟아진 것을 보면, 서학개미들이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을 꽤 강하게 믿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급락, 펀더멘털 문제인가 과열 해소인가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Fundamental) 훼손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습니다. 여기서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실적, 이익 성장성, 재무 건전성 등 주가를 뒷받침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의미합니다. 펀더멘털이 무너진 하락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오른 주가가 숨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분기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인 87.8%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S&P500 내에서 반도체·반도체 장비 업종의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집중된 상황에서는 작은 악재 하나만 터져도 차익실현이 쏟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이 시각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제 경험상 주가가 단기에 너무 많이 오르면, 그 뒤의 하락은 이유가 그럴싸해 보여도 실제로는 그냥 팔 기회를 찾던 사람들이 움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메타가 유휴 컴퓨팅 자원을 임대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 하나가 반도체 업종 전반의 차익실현 빌미로 작용했다는 점이 그 예입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는 개념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표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사용됩니다. 메모리 관련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승폭이 주가 상승폭을 웃돌았다면 조정 이후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겼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주가에 반영된 상태인 만큼,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봅니다.

서학개미라면 지금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큰 방향에서는 AI와 데이터센터의 확장이 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수요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방향을 맞힌다고 해서 수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매수 시점과 비중 관리가 방향 판단보다 오히려 더 중요했습니다.
특히 30~40대 투자자라면 현실적인 제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택 자금, 결혼 비용, 자녀 교육비처럼 가까운 시기에 반드시 써야 할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해서 생활 자금까지 끌어다 투자했다가, 급락이 왔을 때 버텨내지 못하고 손절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금융감독원도 레버리지 ETF에 대해 단기 매매 성격의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투자자 유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반도체주 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레버리지 ETF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제한적으로 가져간다 (손실을 버틸 수 있는 금액만 투자)
- 한 번에 몰아 매수하기보다 분할 매수로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춘다
- 반도체·AI 인프라에만 자산이 집중되지 않도록 S&P500 지수 ETF 등 분산 투자를 병행한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어차피 오를 테니 지금 사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접근이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느꼈습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 자산이 30% 하락하면 거의 90% 가까이 손실이 날 수 있고, 이후 기초 자산이 반등해도 레버리지 상품은 복리 손실 구조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믿는다면,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당 가능한 비중으로 들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산업을 고르는 것과 그 산업이 흔들릴 때 버텨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 장기 투자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수익을 좇기보다는 하락장을 버틸 수 있는 비중과 여유 자금으로 접근하는 것이 30~40대 투자자에게 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544984?sid=101